약국 관리상의 준수 사항
1. 관리 약사의 지정
2000년 개정 전 약사법 제19조 제2항 단서에서는 “약국개설자 자신이 부득이한 사유로 그 약국을 관리할 수 없는 경우에는 보건복지부령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시장·군수 또는 구청장의 승인을 얻어 그 약국에 종사하는 약사 또는 한약사중에서 약국을 관리할 자를 지정하여 관리하게 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였으나, 개정 약사법에서는 “약국개설자 자신이 그 약국을 관리할 수 없는 경우에는 약사 또는 한약사중에서 자신을 대신하여 약국을 관리할 자를 지정하여 관리하게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구법과 신법의 차이에 대하여 비교하면, ① 구법에서는 관리 약사 지정 사유에 대하여 부득이한 경우로 제한한데 비하여 신법에서는 사유의 제한을 두고 있지 않으며, ② 구법에서는 그 약국에 종사하는 약사 중에서 관리 약사를 지정하도록 규정한 데 비하여 신법에서는 약국 종사 유무와 상관없이 약사이면 족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③ 구법에서는 시장, 군수, 구청장의 승인을 얻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신법에서는 행정적 절차를 생략하고 실제로 관리약사가 약국 관리 업무를 수행만 하면 족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점에서 차이가 납니다.
따라서 현행 약사법에서는 장기간의 해외여행이나 출산 휴가 등은 물론이고 단시간의 외출, 주말 당직 등의 경우에도 보건소에 대하여 어떠한 보고나 승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도 주변의 어떤 약사라도 약국을 관리하게 하면 약국개설자가 약국 관리 의무로부터 자유롭게 자신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고 할 것입니다. 물론 관리 약사는 약국 개설자를 대신하여 약국 관리상의 책임을 부담하게 되며, 관리 약사 역시 다른 관리 약사를 지정한다면 약국 관리 업무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 것입니다.
2. 위생복 착용 문제
과거 약사법 제19조 제4항에서는 "약국을 관리하는 약사 또는 한약사는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약국관리에 필요한 사항을 준수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었는데, 2000. 7. 20. 헌번재판소는 위 조항에 대하여 “위 법률조항은 '약국관리에 필요한 사항'이라는 처벌법규의 구성요건 부분에 관한 기본사항에 관하여 보다 구체적인 기준이나 범위를 정함이 없이 그 내용을 모두 하위법령인 보건복지부령에 포괄적으로 위임함으로써, 약사로 하여금 광범위한 개념인 '약국관리'와 관련하여 준수하여야 할 사항의 내용이나 범위를 구체적으로 예측할 수 없게 하고, 나아가 헌법이 예방하고자 하는 행정부의 자의적인 행정입법을 초래할 여지가 있으므로, 헌법상 포괄위임입법금지 원칙 및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위반된다.”고 판시하여 위헌결정을 내렸습니다. 이에 따라 약사법 제19조 제5항은 “그 밖에 제1호 내지 제4호에 준하는 사항으로서 약국의 시설과 의약품을 보건상 위해가 없도록 관리하기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여 보건복지부령이 정하는 사항” 으로 개정하여 위임의 범위를 구체화시켜 위헌의 소지를 없앴습니다.
위와 같은 약사법 제19조 제5항의 구체적으로 위임에 따라 약사법 시행규칙 제11조 제1호에서는 “약사 또는 한약사는 위생복을 입고 명찰을 달아야 하며, 약사 또는 한약사가 아닌 종업원에게 약사 또는 한약사로 오인될 수 있는 위생복을 입히지 말 것”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아직도 무자격자에 의한 의약품의 조제와 판매가 일부에서 이루어지고 있어 환자의 입장에서 약국의 직원과 약사를 구별할 수 있는 징표로서 약사는 위생복과 명찰을 착용하고, 반대로 약사가 아닌 직원은 위생복을 착용하지 못 하도록 규정한 것이라 할 것입니다. 물론 위 조항은 약사와 약사가 아닌 자를 구별하는데 주요한 입법 취지가 있는 점에 비추어 보아 약사가 위생복을 착용하는 방식과 명찰을 패용하는 방식 중에서 선택할 수 있도록 규정하는 것이 보다 합리적 규율이라 할 것입니다.
위생복 착용 의무의 범위에 관하여 살펴보면, 위 조항에서는 구체적으로 착용 장소나 시기에 관하여 언급하고 있지는 않으나 약국 이외의 공간(예컨대, 화장실, 식당)에서조차 위생복을 착용하는 것은 입법 취지와 무관한 과도한 해석이라고 할 것이며, 약국 내에서도 의약품을 조제하거나 판매하는 것과 같이 약사 고유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동안에만 위생복을 착용할 것을 요구한다고 해석되어야 할 것입니다. 따라서 약국 내에서 의약품의 진열, 약국 청소와 같은 약사 고유의 업무가 아닌 업무를 수행하거나 휴식을 취하는 경우에는 위생복을 착용하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약사가 아닌 약국 종업원이 약사와 구별되는 위생복을 착용할 수 있는지에 관하여 살펴보면, 동 조항의 입법 취지가 약국의 시설과 의약품을 보건상 위해가 없도록 관리하기 위함에 있으므로 종업원의 위생복의 착용은 오히려 권장되어야 할 것이며, 또한 동 조항에서는 약사로 오인될 수 있는 위생복의 착용을 금지하고 있을 뿐이므로, 종업원의 위생복이 약사의 위생복과 디자인이나 색상에서 명백하게 구별되는 경우에는 얼마든지 위생복 착용이 허용된다고 할 것입니다.
3. 구별 저장 진열
약사법 시행규칙 제11조 제1항 제2호에서는 약국 관리상의 준수사항으로 전문의약품과 일반의약품을 구별하여 별도의 약장에 진열하도록 규정하여 1차 위반시 경고 처분을 하도록 하고 있고, 제57조 제1항 제3호에서는 의약품의 유통체계 확립 및 판매질서 유지에 관한 규정으로 의약품과 의약품이 아닌 것을 구별하여 저장, 진열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이를 위반하는 경우 업무정지 3일 처분을 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처방 중에는 전문의약품뿐만 아니라 일반의약품도 함께 처방되는 경우가 많은 점에 비추어 보아 조제실 내부에서조차 전문의약품과 일반의약품을 구별하여 저장하도록 의무화할 필요성이 있는지 의문이며, 또한 의약품, 의약외품, 건강기능식품이 명백하게 구별되지 않아 비타민이나 미네랄 함유 드링크제와 같이 의약품과 의약품이 아닌 것을 구별하기 용이하지 않고, 주로 냉장보관을 하는 경우 서로 다른 냉장고에 이를 보관하도록 의무화한 조항을 약국개설자에게 준수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판단되나, 현행법에서 위와 같이 규정하고 있으므로 불합리한 조항을 개정하기 위한 노력과 더불어 이를 현재는 준수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4. 등록증, 면허증의 게시 의무
약사법 시행규칙 제92조에서는 약국 개설자의 경우에는 약국 개설 등록증을, 약국에 종사하는 약사는 약사면허증 원본을 약국 안에 보기 쉬운 곳에 각 게시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위 조항은 상위 법령으로부터 위임을 받지 않은 채 약사에게 새로운 의무를 부과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약사의 겸직 금지 의무가 삭제된 현행 약사법에서 2개 이상의 약국에서 근무 약사를 할 수도 있음에도 불구하고 원본을 게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위 규정 역시 개정이 필요한 사항이나 현행 법제 아래에서는 2개 이상 약국에 근무하는 경우 원본을 들고 다니면서 게시하는 불편함을 감수할 수 밖에 없다고 할 것입니다.
5. 예비 제제의 문제
인근 의원에서 유사한 처방이 자주 나오는 경우 많은 약국에서 조제 시간과 환자 대기 시간의 단축을 목적으로 미리 시럽을 따라 두거나 정제를 분할, 포장하는 방식으로 예비 제제를 만들어 둔 이후에 예비 제제와 동일한 처방이 나오는 경우 이를 환자에게 교부하곤 합니다. 위와 같은 예비 제제를 만드는 행위는 의사의 처방에 따라 의약품을 특정한 환자에게 특정의 질병을 치료하거나 예방하는 등의 목적으로 투약, 사용하는 것을 의미하는 조제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조제보조원이 예비 제제를 만든다고 하더라도 이는 조제 행위 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무자격 조제로 처벌할 수 없다고 할 것입니다.
그런데 약사법 시행규칙에서는 약국 관리상의 주의 의무의 하나로 “용기나 포장이 개봉된 상태의 의약품을 서로 섞어서 보관하지 아니할 것”을 규정하고 있어 시럽이나 연고와 같이 단일 제제를 미리 나누어 두는 행위는 허용된다고 할 것이나, 여러 개의 정제를 미리 섞어 두는 행위는 동 규정에 위배된다고 할 것입니다. 다만 다른 약사법 위반 행위에 비하여 그 위반에 대한 처분이 경미하여 과태료 30만원에 불과합니다.
6. 기타 준수 사항
그 밖에 약사법 제19조 제4항에서는 약국 관리상 준수사항으로 ① 약국의 시설과 의약품을 보건위생상 위해가 없고 의약품의 효능이 떨어지지 아니하도록 관리할 것 ② 보건위생상의 사고가 없도록 종업원에 대한 감독을 철저히 할 것 ③ 보건위생상 위해가 발생할 염려가 있는 물건을 약국에 두지 아니할 것 ④ 의약품 등의 사용과 관련하여 부작용 등이 발생한 때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청장이 정하는 바에 따라 보고하고 필요한 안전대책을 강구할 것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위 규정들은 지나치게 추상적이고 일반적인 규정으로 실제 적용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