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허 대여의 한계

1. 약사법의 규정

  약사법 제3조 제3항에 따라 약사의 면허를 받지 아니한 자는 약사 또는 한약사의 명칭을 사용할 수 없으며, 제5조 3항에 따라 약사는 면허증은 타인에게 대여하지 못 합니다. 여기에서 '면허증의 대여'라 함은, 다른 사람이 그 면허증을 이용하여 그 면허증의 명의자인 약사(藥師)인 것처럼 행세하면서 약사(藥事)에 관한 업무를 하려는 것을 알면서도 면허증 그 자체를 빌려 주는 것을 의미합니다.

  또한 약사법은 약국 개설과 관리에 관하여 제16조 제1항에서 약사가 아니면 약국을 개설할 수 없고, 제19조 제1항에서 약사는 1개소의 약국만을 개설할 수 있으며, 제2항에서는 약국개설자는 자신이 그 약국을 관리하여야 하고, 다만 약국개설자 자신이 그 약국을 관리할 수 없는 경우에는 약사 또는 한약사 중에서 자신을 대신하여 약국을 관리할 자를 지정하여 관리하게 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2. 무자격자에게 면허증을 대여하는 경우

가. 면허 대여 약사가 약사 업무를 전혀 수행하지 않은 경우

  이는 가장 전형적인 면허 대여에 해당하여 면허를 대여한 약사는 약사법 위반으로 5년 이하의 징역과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뿐만 아니라 형사 처벌의 정도에 따라 자격 정지의 행정처분까지 받게 됩니다. 면허를 차용한 무자격자는 형식적으로는 약사가 약국을 개설한 것이나 실질적으로 약사가 아닌 자가 약국을 개설한 것이므로 약사법 제16조 제1항의 무자격자의 약국 개설 행위로 처벌받음은 물론 대부분 약사의 고유 업무에 해당하는 의약품의 조제 판매 업무를 수행하였을 것이므로 약사법 제21조, 제35조 위반으로도 형사 처벌을 받게 될 것입니다.

나. 면허 대여 약사가 전적으로 약사 업무를 수행한 경우

  (1) 무자격자가 자금을 투자하여 시설을 갖추고 면허 대여 약사의 명의로 약국개설등록을 하면서 약사 면허증을 이용하더라도, 위 약국의 개설 후 면허 대여 약사 자신이 위 약국에서 약사 업무를 할 의사로 그렇게 하고, 또 실제로 개설 후 약사가 의약품의 조제나 판매 행위를 계속하며 위 무자격자가 약사 업무를 수행한 사실이 전혀 없다면 이 경우는 면허증을 대여한 것으로 볼 수는 없습니다.(참조 95도123 판결) 의사의 면허 대여에 관해서 대법원은 “의사가 면허를 대여하더라도 실제로 자신이 의사업무를 수행할 의사로서 대여하였고 실제로 자격 없는 자가 치료행위를 한 사실이 없다면 면허증을 대여한 것이 아니다.”고 판시 한 바 있습니다.

  (2) 그러나 무자격자가 필요한 자금을 투자하여 시설을 갖추고 약사를 고용하여 그 명의로 약국 개설 신고를 한 행위는, 무자격자의 의료기관 개설죄에 관한 판례의 태도에 비추어 보아, 형식적으로만 적법한 약국의 개설로 가장한 것이어서 약사법 제16조 제1항의 무자격자의 약국 개설죄가 성립하며, 약사가 직접 약사 업무를 수행하였다고 하여 달라지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무자격자가 무자격자의 약국개설죄로 처벌되며, 자신의 명의로 약국을 개설한 약사 역시 면허증 대여죄로 처벌되지는 않지만 무자격자의 약국개설죄의 공범 내지는 방조범으로 처벌될 수 있습니다.

3. 약사에게 면허증을 대여한 경우

가. 현재 약사들 중 자신의 약국 이외에 2개 이상의 약국을 개설하기 위하여 다른 약사의 면허를 빌려서 약국을 개설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약사가 2개소 이상의 약국을 개설하는 것이 약사의 윤리나 정책에 비추어 보아 바람직한지 여부는 논외로 하고, 현행 약사법에서 약사의 약사 면허 대여가 허용될 수 있는지 살펴보도록 합니다.

나. 면허 대여 약사가 전혀 약사업무를 담당하지 않은 경우

  (1) 약사가 다른 약사에게 면허를 빌려준 경우에도 면허 대여 이후 면허를 빌려준 약사 명의로 개설된 약국에서 면허 대여 약사는 약사 업무를 전혀 수행하지 아니한 채 면허를 빌린 약사에게 약국의 운영을 일임한 경우는 면허를 빌린 약사가 면허 대여자인 약사인 것처럼 행세하면서 약국 업무를 하려는 것을 알고서도 면허증을 빌려 준 것이므로 면허 대여죄에 해당합니다. 즉 면허 대여의 상대방이 약사인지 아니면 무자격자인지에 따라 결론이 달라지지 않습니다.

  (2) 면허를 빌려 약국을 개설한 약사의 경우 자신 명의로 다른 약국을 개설하였다면, 형식적으로 1개소의 약국을 개설한 것이나 실질적으로 면허를 빌려 약국을 개설한 것을 포함하여 2개소의 약국을 개설한 것이므로 약사법 제19조 제1항의 1약사 1약국 조항을 위반하였다고 할 것입니다. 그러나 다른 약국을 개설하지 않고 명의 대여 약국 1개소만을 개설한 경우라면, 1약사 1약국 조항을 위반하지 않은 것은 물론 무자격자의 약국 개설과 달리 약사에 의하여 약국이 개설된 것이므로 제16조 제1항에서 규정한 무자격자의 약국개설죄도 성립하지 않는다고 할 것입니다.

다. 면허 대여 약사가 전적으로 약사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

  (1) 이는 면허 대여 약사가 면허 차용 약사와 동업 관계로 약사 업무를 수행한 경우와 면허 대여 약사는 약국의 경영에는 참여하지 아니하고 단지 근무 약사로서 면허 차용 약사로부터 월급을 받고 일하는 경우도 포함하여 면허 대여 약사가 약사의 고유 업무인 의약품의 조제, 판매 업무를 수행한 경우를 의미합니다.

  (2) 면허를 빌린 약사가 경영에만 관여하고 면허 대여 약사가 약사 업무를 전적으로 수행한 경우에도 면허를 빌린 약사가 위 약국을 실질적으로 개설한 것으로 평가된다면, 면허 대여 약사가 약사 업무를 전혀 수행하지 않은 경우와 마찬가지로 면허를 빌린 약사가 다른 약국을 운영하고 있다면 이중 약국 개설죄로 처벌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자신 명의로 약국을 개설하고 있는 약사가 다른 약사 명의로 개설된 경영에 관여한 데에 그치지 아니하고 자신의 주관 하에 무자격자로 하여금 의약품의 조제 내지 판매 업무를 수행하게 한 경우에는 약사법 제19조 제1항에 위반된다.”고 판시하여 마치 면허 차용 약사가 경영에만 관여한 경우에는 이중 약국 개설죄가 성립하지 않을 수 있는 것처럼 해석하고 있습니다.

  (3) 이 경우 면허증을 대여해 준 약사는 자신이 직접 약사 업무를 수행할 의사로 면허를 대여하였고, 실제 이 약국에서 약사 업무를 수행한 경우이므로 면허 대여죄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면허 차용 약사에 대해서 이중 약국 개설죄로 처벌하는 경우에는 면허 대여 약사 역시 이중 약국 개설죄의 공범 내지 방조범으로 처벌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