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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당신의 60대는 안녕하십니까

  • 안경진
  • 2017-12-21 06:14:53

취재원들을 만날 때 '업무' 다음으로 많이 주고받는 대화의 주제는 '노후걱정(?)'이 아닐까 싶다. "안정적인 60대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우려는 회사 매출이나 연봉, 지위고하 등을 막론하고 우리네 직장인들을 불안하게 만든다. 최근 다국적 제약사들 사이에서 자주 들려오는 노사갈등 사례가 남일 같이 느껴지지 않는 건 그런 연유일 것이다.

넉넉한 연말휴가 덕분에 매년 이 맘때쯤이면 업계의 부러움을 샀던 다국적 제약사는 어느 때보다 추운 겨울을 맞이하고 있다. 2013년 법인 분할된지 4년만에 노동조합을 새롭게 결성한 애브비부터 6년 연속 임금협상이 결렬되고 있는 쥴릭파마, 단협 해석차이로 갈등이 생긴 다케다, 희망퇴직프로그램(ERP)을 가동한 BMS, 릴리, 베링거인겔하임에 이르기까지… 한달새 노사 문제가 발생한 다국적사만 수곳에 이른다. 현재 법정공방을 진행 중인 회사도 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속사정은 조금씩 다르나 당사자인 직원들이 느끼는 감정은 유사했다. 고용에 대한 불안감이다. 평일 저녁 9~10시 퇴근은 기본이고 주말 출근도 마다하지 않았던 직원들은 회사로부터 미래를 보장받지 못한다. 노동조합이라도 갖춰져 있으면 조금 낫지만, 그 마저도 갖춰져 있지 않은 경우엔 눈물을 머금은 채 책상을 정리할 수 밖에 없다.

의약품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면서 이 같은 진통은 더욱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의 제약산업은 이미 파머징('Pharma'와 신흥을 뜻하는 'Emerging'의 합성어) 단계를 벗어난지 오래다. 특허만료 이후 값싼 제네릭과 경쟁을 벌여야 하는 다국적 제약사 한국법인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서고 있다. 적은 투자로 최대한의 이윤을 창출해야 한다는 기업의 본능을 고려할 때, 직원들이 설 자리가 점차 줄어들 것임은 자명해 보인다. 실직의 위기가 찾아올 때마다 회사 건물 앞에서 투쟁가를 부르며 고용안정을 외치는 일이 되풀이 돼야 하는걸까?

그에 대한 책임은 과연 누구의 몫일지부터 생각해보자. 올해의 실적달성을 하지 못한 영업사원 김씨? 아니면,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자기계발에 신경쓰지 못했던 마케팅 직원 박씨? 매년 자신의 성과와 역량을 증명해 보여야 고용계약 갱신이 되는 임원 이씨? 모든 문제의 책임을 특정 개인에게 돌리기에 우리 현실은 너무 가혹한지 모르겠다. 어떤 개인도 우리 사회 구조가 만들어 놓은 판을 자유롭게 뛰어넘을 수 있는 사람을 없을 테니 말이다.

올해 발표된 세계경제포럼(WEF)의 조사 결과는 이 같은 노동자들의 설움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조사에 포함된 전 세계 137개국 가운데 대한민국의 노사협력 수준은 130위, 정리해고 비용은 112위, 임금 결정의 유연성은 62위를 차지했다. 노동유연성이란 찾아보기 힘든 결과다.

전문가들은 노동유연성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선 고용안정도 불가능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노동유연성이 높은 대표 사례로 자주 인용되는 덴마크의 노동자들은 실직을 두려워하지 않는단다. 물론 기업들이 내는 세금으로부터 확보된 자금이 직업교육과 실업급여 등에 투자되기에 가능한 일이다.

행복한 60대를 맞이하기 위해서는 잘못된 사회구조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 노동자들을 위한 사회안전망 구축, 언젠가 우리에게 닥칠지 모르는 미래를 위해서라도 쟁취돼야만 할 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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