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제 1TV 취재파일4321 어제 방송 된 <꺽인 한약사의 꿈>
한의사와 약사의 한약다툼으로 불필요하게 생겨난 한약사라는 말을
정말 많이 하더군요.100처방이랑... 우리 얘기도 좀 나오니깐 한번 보세요~^^*
약사는 한약사를 약사로 편입하겠다는 입장이고.
한의사는 어디까지나 한약사는 한약 조제 약사와는 무관한 완전 별개의
문제라는 입장이더군요. 씁쓸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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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 2001년 11월 11일(일) 밤10:35~11:20 / KBS1
■취재 : 손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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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kbs.co.kr/4321 한약사의 꿈을 안고 대학에 들어갔던 전국의 한약학과 학생들이 자신들의 학과를 차라리 폐지해 달라고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자신들의 꿈을 스스로 포기하겠다는 것입니다.
한약학과 학생들이 절규하는 이유와 시행 2년째를 맞은 한약사 제도의
문제점을 짚어봤습니다.
<꺾인 한약사의 꿈>
*손관수 기자:
한약대학생들이 전공 공부에 꼭 필요한 책을 스스로 불태우고 있습니다. 더 이상 책이 필요없고 학과 공부가 필요없다는 절망의 표시로 책을 불길 속에 내던지고 있습니다.
때문에 이들 학생들은 자신들이 태우는 것은 단순한 책이 아니라 꿈과 희망이라고 말합니다.
*이예형 (원광대 4학년):
'많은 희망을 가지고 들어오셨지만 지금의 현실대로라면 더많은 희생양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라도 저희과는 폐과되어야 마땅합니다. 정말 선배로서 이런 모습 보이지 않으려 했습니다. 후배들에게 정말 죄송합니다.'
*손관수 기자:
학교측에 전달된 90여명의 자퇴원서와 폐과 결의서.. 지난 96년 개설된 한약학과가 한약사 제도가 표류하면서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지난 9월 27일 국회 국정감사장. 김원길 복지부장관은 한약사 문제에 대해 매우 솔직한 입장을 털어놨습니다.
*김장관:
'한약사가 한약 분쟁 과정에서 생겨난 것인데 우리실정에서는 잘못태어난 것이다. 백처방 제한 완화 문제는 한의사와 약사가 관련된 심각한 것이어서 솔직히 감당할 재주가 없다. 비겁한 일이지만 안보고 지나갔으면 한다'
*손관수 기자:
김장관의 발언은 두번의 한.약분쟁, 의약분업의 처절한 시행착오로 움츠러든 정부의 현실적 고민을 솔직하게 토로한 것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김장관은 또 얼마전 한 보건 포럼에서도 '한방의약 분업을 하면 한의사들의 수입원이 없어지는데 어떻게 하느냐'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져 정부가 이익단체의 눈치 보기속에 사실상 한방의약분업에 대한 청사진을 포기하고 있음을 드러냈습니다.
이처럼 최고 정책 결정권자인 장관이 잘못 태어났다고 밝힌 한약사 제도는 무엇이 문제일까?
한약사. 아직도 많은 사람들에게는 생소한 이 한약사는 탄생부터 곡절을 겪었습니다. 지난 93년 한약조제권을 놓고 극한 투쟁을 벌이던 한의사와 약사는 한방 의약분업을 염두에 두고
'한약사'제도를 신설하자는 한 시민단체의 중재안을 받아들였고 이로부터 새로운 직종의 한약사가 생겨났습니다.
물론 이과정에도 두단체의 치열한 힘겨루기가 있었고 약사들의 기득권이 인정돼 이후 약사들에게 시험을 거쳐 한약조제약사자격을 주었습니다. 그 숫자는 무려 2만 7천명이나 됩니다.
그러나 '한약사'의 존재를 설정해 주기 위한 법정비의 소홀은 한약사들의 존립위기로 이어졌으며 미래가 불안해진 한약학과생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킨 것입니다.
사정이 이런데도 보건복지부 장관이 '피해가고 싶다'고 할 정도로 정부조차 고민에 빠트리고 있는 현실이란 과연 무엇인가? 그것은 다름아닌 한.약 분쟁의 두 당사자. 한의사회와 약사회입니다. 그리고 그 갈등의 핵심에는 2만 7천명에 이르는 한약조제약사가 있습니다.
먼저 쟁점이 되고 있는 사안 100처방 규제 완화 문제..
개업 한약사들이 다룰 수잇는 한약이 100가지 처방에 묶여 있는 것을 푸는 것입니다.
100처방으로는 무제한 조제가 가능한 한의사. 기존 한의학서의 처방에 따라 사실상 제한이 없는 한약업사와 경쟁이 될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이주영 (한약사):
'규격화 포장 약재는 514종인데 그중 조제지침서에 반영된 것은 143종에 불과하다 보니까 나머지 약재는 개봉해서도 안되고 그냥 500그람 단위로 환자에게 내줘야 하는데 예를 들어 많이 찾는 음양곽 처방 하나도 없다. 조제지침서에 100처방 밖이다. 처방전 안나오니까. 한약장에 약재조차도 채워넣지 못하는 그런 경우다.'
*손관수 기자:
한약방을 운영하는 한약업사들도 기존 한의서에 기초해 수천가지의 처방을 하고 있는 현실은 한약사에 대한 정부의 백처방 규제가 비현실적이라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경기도 고양에서 11년째 한약방을 운영하고 있는 최세환씨는 523가지 처방이 담겨있는 방약합편을 예로 들었습니다.
*최세환 (한약업사):
'예를 들어 요몇장도 안되는 백가지 처방가지고 환자를 다루겠는가? 기성한의서를 다 쓰는 것이죠. (제한이 없겠네요) 그렇죠. 이보다 뭣 뭣,, 등 엄청난 처방이 많은 데 저희가 그것을 못쓴다고 해도 이책자에서 얼마든지 환자를 다룰 수 있는 처방들이 많거요. 그런데 한약사가 백가지 처방을 가지고 한다면 요 몇페이지 가지고 환자를 다뤄야한다. 그거예요. 말이되느냐? 말이안되죠.'
*손관수 기자:
결국 한약학과를 나와 한약사가 되더라도 경쟁력있는 한약국을 개업할 수없다는 말입니다.
지난 2년동안 한약사는 모두 248명이 배출됐고 이가운데 한약학과 출신은 61명입니다.
이들 61명 가운데 한약국을 개업한 사람은 8명에 불과합니다. 또 약국에 취업하거나 한방병원과 제약회사등에 취업하는 등 한약사 면허증을 사용한 경우도 30%정도에 불과합니다.
면허 사용률이 90에서 100%에 육박하는 의사와 한의사 약사들에 비해 아직 한약사는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지만 약사와 한의사의 이해가 엇갈리면서 해결방안이 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신현창 (약사회 사무총장):
'만일 한약학과가 투쟁한다고 해서 한약학과만 조금 열어놓는다면 그동안 법에 똑같이 규정돼 왔던 2만 7천명의 문제는 어떻게 되느냐 이런 문제에 정부가 부딪히게 됩니다.'
*이승교 (한의사회 기획이사):
'이를 바꾸겠다는 것은 새로운 다툼이 발생할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한약사의 직능변화에 대해서는 지금보다 넓어져야한다고 봐요. 한약조제약사하고는 관계없습니다.
두 단체는 또 이번 한약학과 사태를 정부정책의 실패로 비판하면서도 해결 방안에서는 각자의 영역을 방어하기 위한 치열한 대결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신현창 (약사회 사무총장):
'약학의 한영역에서 한약학을 발전시키는 그런 노력이 병행되는 조건을 붙여가지고 한약사들에게 약사가 되는 기회 부여한다면 지금 한약학과생들이 생각하는 문제점들이 풀릴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승교 (한의사회 기획이사):
'독립적인 지위를 확보해줘야 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약관리법이든 한약사의 독립된 지위를 보장해 줄 수 있는 법이 제정이 돼야 합니다.
*손관수 기자:
정부가 뒷짐지고 이익단체가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사이 젊은 한약도의 절망은 커져갑니다.
경희대 한약학과 4학년인 이건호씨, 대학 졸업 후 대기업에 다니다 서른 중반 뒤늦은 나이에 다시 한약학과에 들어갈 만큼 한약사에 거는 꿈이 컸습니다. 졸업과 한약사 시험을 앞두고 공부에 매진해야 할 때지만 그럴 수 없는 처집니다.
오늘은 이른 아침부터 보건복지부 장관 집앞으로 시위하러 갑니다.
장관이 일찍 출근해 직접적으로 항의 표시는 하지 못하고 침묵시위로 자신들의 뜻을 나타냈습니다.
*이건호:(경희대 한약학과 4학년):
'후배들이 밤새고 굶어가면서 뛰어다니는 것 안쓰럽고 그런면에서 부채의식도 있습니다.'
*손관수 기자:
경희대 한약학과의 경우 60% 이상이 이건호씨처럼 뒤늦게 한약사의 꿈을 품고 들어온
만학도들입니다. 정부의 무책임한 정책 선택으로 만학의 꿈이 회복하기 어려운 타격을
입게 된 것입니다.
학생들이 생각하는 이런 암울한 현실이 폐과선언이라는 극단적인 선언으로 이어진 것입니다.
정부는 그동안 약사법 개정안에 대한 검토의지와 공무원 시험에서의 가점 방안, 한방병원의 한약사 고용 촉구 등 여러 대책을 내놨습니다. 그러나 한약사가 단순히 한.약 분쟁을 중재하기 위해 급조됐다는 상황 판단은 정부 정책에 대한 거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김경호 (원광대 4년):
'한의사와 약사의 분쟁을 조정하기 위해 한약사가 만들어졌다...'
*손관수 기자:
앞다퉈 삭발식에 참여하는 학생들.. 더이상 물러설 수 없다는 막다른 상황에 몰린 한약학과생들의 심정을 대변하고 있습니다.
*김재영(경희대 비대위원장):
'더이상 거짓말을 해서는 안된다 생각합니다. 의약분업 전제로 태어났으면 일정과 계획 밝혀주고 방침 세워놓고 한약학과를 계속 육성하겠다는 의지 표명이 없다면 신입생 뽑는 것은 기만적이고 계속 사회적 문제를 양산해 낼 것입니다.'
*손관수 기자:
한약학과 교수들도 답답한 마음을 금할 길 없습니다.
*유종훈 (경희대 한약학과 교수):
'수업복귀하도록 정부가 한방에 대한 정책을 내놓아야 합니다. 어머니 죄송해요.. 이런 플랑카드를 볼때면 정말 교수된 입장에서 착잡합니다.'
*손관수 기자:
그러나 이러한 학생들의 절박감에 비해 정부는 아직 느긋합니다. 한약 정책 담당 실무자들은 이제 시행 초기인만큼 일정한 진통은 불가피하며 '한약국 개업'에 모든 것을 거는 듯한 학생들의 태도는 지나치다는 입장입니다. 그러나 약사법 개정문제나, 백처방 완화 문제 등 민감한 문제에 대해서는 문제해결에 도움이 안된다는 이유로 공식 답변을 회피하고 있습니다.
*박수천 (복지부 한의약 담당관):
'학생들의 수업 거부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학생들 요구 이론적으로 맞다고 해도 현실을 반영해야 하기때문에 그것을 일시에 모든 것을 다 수용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습니다.'
*손관수 기자:
한약학과생들은 지금 심한 가슴앓이를 하고 있습니다. 신입생선발이 다가오면서 이들의 가슴앓이는 더 커지고 있습니다.
*김정탁(우석대 3학년):
'신입생들 얼굴 어떻게 볼 것인가 후배들 받아서 또다시 투쟁합시다. 이렇게 할수는 없습니다.'
*이재규(우석대 1학년):
'폐과에 대한 주장은 일관성이 있어야 합니다. 너무나 당연한 것아닙니까?'
*강인탁(우석대 한약학과 학생회장):
'앞으로 폐과투쟁 어떻게 할 것인가 저도 사실 자신이 없습니다. 내가 폐과를 원해서 하
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임종필 (교수/한약학과 교수협의회회장):
'정부에서는 양단체 핑계만 대서 넘어갈 것이 아니고 정말 백년대계를 보는 정부라고 하다면 정말 이제도가 필요하다고 하면 정방향으로 가야하고 정부가 필요없다고 한다면 없애 버려야죠. 그러나 이것을 만들때는 여러안을 검토해서 필요하다고 해서 만든거예요...'
*손관수 기자:
내일이면 원광대, 15일은 우석대, 그리고 26일은 경희대의 유급시한입니다. 한약사는 한방 의약분업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불필요한 존재입니다. 정말 이들이 불필요한 제도의 사생아였던 것인지 국민들은 정부의 책임있는 답변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