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 에게

어제 어머니 드린다고 동아 백수오 하나 구해달랬지?

하나 미리 챙겨두고 네게 겸사 편지를 쓴다.

 

건강히 잘 지내니?

나는 방학맞은 두 아이들 먹거리 챙겨주고 약국일에 운동에 교회일에 바쁘게 지낸다

요즘 내가 근무하는 곳은 집에서 가까운 동네약국인데

할아버지 할머니 환자분이 많은 편이야

이제 막 약국문을 열었는데

시원한 박카스 한나~우루사 한나~를 외치시는 단골 할머니 한분과 유난히 나를 찾으시곤 하는 할아버지 한분께 기침약 드리면서

하루일을 시작했어

하나를 한나로 발음하는 분들 꽤 많으셔.^^

 

할머니랑 날씨 얘기, 따님 얘기 나누다 보니

약사란 내 직업이 내 성격에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든다.

어릴 때부터 사람 만나는 거 좋아하고 수다떠는 거 좋아했잖아..

지금 경제적으로 어느정도 안정되가고

엄마손길 필요한 두 아이들 잘 키울수 있는건 정말  약사라는 내 직업 덕분이라고 자주 느껴.

 나는 내 직업에 만족해..익숙해져서 짜릿한 재미는 이제 덜해도

내가 약국 환자분들께 잘 해드릴 수 있는 걸 찾아보는데

직업적 의미를 찾을래

 

성격에 맞다보니 일하는게 즐겁기도 하고..^^

 

방금 할머니 한분이 도로에서 넘어지셨다고 피가 흐르는 채로 오셨어

무릎 소독해 드리고 약 발라드렸어

 

이 근처엔 혼자 사시는 노인분들이 많아서 마음이 안쓰럽다.

 

이분들도 얼마나 쓸쓸하시겠니..조금이라도 잘 해드리고 싶다.

 

부인이 아프다니까 함께 오신 남편분이 내 설명이 끝나기도 전에 갱년기 약이랑 영양제를 얼른 달라고 하시며

연신 부인 얼굴을 들여다 보셔.

그 모습이 하도 보기 좋아

시원한 박카스 두병 드시라고 드렸다..

 

"정로환 주세요~" 하고 들어온 아주머님

배탈 나셨냐고 하니 소화가 안되고 가스가 차신다고..

위장관 운동제랑 소화제 설명드리고 드릴까요~ 하니까 그냥 정로환주세요..하셔

아,, 이상과 현실의 괴리...

 

가끔 이렇게 자기 진단과 자기 결정으로 약 드시는분들이 계셔

정로환에 황련 황백이 들어 있으니 체기에 어느정도 들겠지 하고 나를 달래본다

 

아까 만성 피부염 남자환자분이 호랑이 고약만 찾으시던데..

주변의 누가 얘기해줬데..그게 잘 듣는다고

휴~~근데 주변 그 분과 이 분은 피부염이 다를수도 있는데 말이지..

 

내가 약사로서 좋은 약사인지 겸허하게 한번쯤 돌아보게 되는 날이다..

돈보다는 환자분 건강을 위하는 약사가 되고 싶었는데

지금의 나는 그런 약사가 어느정도나 되어있는걸까?

 

조만간 내약국을 내면 고등학교때 받았던 약사회 장학금을 나도 누군가에게 약사회를 통해

주고 싶다..

고마움을 갚고 싶어서..

액수는 크지 않았지만  참 좋은 추억이다

약사회 장학금을 받아서 결국 약사가 된걸까?

 

ㅎㅎ~~

 

폭염에 건강 조심하고 담달쯤 얼굴한번 보자꾸나

언제나 네가 그립다 친구야..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