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하루

 

7시 45분, 매일 아침 나를 깨우는 아이폰 알람 소리를 들으며 오늘도 눈을 뜬다
속이 쓰리다. 어제밤에 지나친 과음으로 몸이 무겁다
샤워를 하고 토마토주스 한잔으로 배를 채우고 집을 나선다
집앞에 잘 주차된 차를 향해서 걸어가서 차문을 연다
오늘 나는 운전석이 아닌 조수석으로 먼저 탄다
어제 대리운전을 해서 오다가 조수석에서 오바이트를 했는데 술에 많이 취해서 뒷정리가 깔끔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물티슈로 정리를 한뒤 약국으로 나선다.
약국에 들어서자 마자 장기처방전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익숙한 당골의 이름. 아침부터 당뇨약 30일 분과 위장약 30일분을 지으며 몸을 푼다
아침, 점심, 저녁 90포를 짓는데 시간은 얼마 걸리지 않는다
자동 포장기가 있는 것도 아닌데 얼마 걸리지 않는다. 내 손은 이제 기계만큼 빠르기 때문이다.
약을 다 조제하자 이제 우리의 메인 환자들인 소아과 아이들과 엄마들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익숙한 얼굴들, 이제는 아이들 이름, 얼굴, 성격, 부모의 성향까지도 다 알고있다.
요즘은 조금 바쁘다. 우리의 메인병원 소아과가 다음주부터 휴가라서 투약일수가 길게 나오기 때문이다.

5일은 기본, 7일, 10일 짜리 가루약 처방전들이 쏟아진다.
열심히 일을 하고 있는데 신경을 거슬리는 처방전 하나가 들어온다. 나이가 11살인데 가루약이다.

조제일수 7일. 타이레놀 21알, 뮤코라제 21알, 슈다페드, 페니라민, 등등 열심히 넣다보니 문득드는 생각이,

얘는 가루약을 먹는데 들어가는 알약만 100개구나..허허허
어제밤의 숙취와 밀려드는 환자들 때문에 피로가 몰려온다. 박카스 한병을 직원과 함께 마시며 다시 화이팅을 한다.
몰려드는 환자들. 약국은 아이들소리로 가득하다. 여러팀들이 차례차례 자기의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데,

그 틈을 비집고 몸짓 좋은 아줌마 한명이 들어온다.
"판콜 한통" 우리 옆집 가게 아줌마. 하루에 2번은 판콜과 노루모를 사러 오신다.
바쁜것을 감지한 아줌마는 조용히 투약구 옆에서 판콜을 기다리며 웃으면서 서있다.
그리고 나는 투약 중에도 판콜을 꺼내서 눈웃음과 함께 건낸다. 아줌마도 눈웃음과 함께 2500원을

주시고 말없이 떠나신다.
약국에서 일하다 보면 자연스레 동네사람들과 친해진다. 옆가게 빵집, 김밥아줌마, 은행직원분, 순대파는 아줌마..

그들과 함께 이 동네를 지키는 터줏대감 같은 것이 된 기분이든다
이제 점심시간.. 원래는 한시부터인데 처방이 끊이지 않고 결국 1시 35분이 되어서야 잠잠해진다.
오늘은 짜장면. 적당히 불어있는 맛있는 짜장면이 내 허기를 채워준다.
오후 2시부터 한시간 정도는 조금 한가한 편이다. 오전에 소진된 체력을 조금 보충하며 오후를 준비한다.
다행이 오늘 오후는 오전만큼 정신없지는 않다.
우리약국은 소아과 환자들이 많이와서 다양한 애들과 부모들을 볼 수 있다.

평범한 엄마와 아이, 한껏 멋부리는 엄마, 늙은 엄마, 때쓰는 아이, 차분하고 똑똑해 보이는 아이 등
부모와 아이를 가만히 보고 있으면 부모의 성향이 아이에게 그대로 나타나는것 같다.

아이를 약국에 홀로 두고 엄마가 병원에 가야하는 상황이 생겼을 때, 어떤집 아이는 울고 불고 난리를 치지만

어떤집 아이는 약국 구경을 하며 얌전히 기다린다. 그런집 부모는 아이의 행동 하나하나에 별로 휘둘리지 않는거 같다.

특히 3명 이상의 자녀를 둔 엄마들을 보면 아이를 다루는 부모의 노련함과 여유가 경이롭다. 물론 항상 시끄러운 집도 있지만.
환자도 서서히 줄고 직원이 커피자판기 청소를 한다. 6시 30분이 넘었다는 의미이다.
고된 하루를 마감하며 오늘 하루 일과도 이렇게 끝난다.
오늘 저녁은 스터디 모임에 간다. 반복되는 일상속에서 나태해지지 않고 조금이라도 발전을 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오늘은 동아제약 박카스에서 하는 행사 덕분에 이렇게 하루를 정리해 본다.

반복되는 하루하루지만 그속에서 사람들의 이야기를 더 들어주고 눈을 맞출 수 있는 약사가 되어야지 새삼 다짐도 해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