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이에게 이별은 고통을 안겨준다.
더군다나 그것이 예기치 않은 이별이라면 더 크게 다가 올 것이다.
하지만, 오늘 전 예상된 이별 이야기를 전해 드릴려고 합니다.
늘 각진 중절모에 흰 와이셔츠를 즐겨 입으시던 동네 어르신,
정기적으로 드시는 약을 지으러 오셔서는 이야기가 그리우신지
손주 자랑에 가족들 살아가는 얘기, 친구얘기,
그리고, 늘 빠지지 않는 젊은 시절 화려했던 이야기들,
이런 말씀을 한바탕 늘어 놓으시고는
늙은이가 할 얘기 안할 얘기 다한다며 허허 웃으신다.
하지만, 갈수록 야위어만 가는 몸, 몰라보게 쏙 빠지신 얼굴,
거기다 불편한 걸음걸이를 볼때마다 어르신께서 앓고 계신 병이
낫거나 하는 것이 아니라 약으로서 단지 진행을 늦출 뿐이라는 것을 아는 난
참으로 안타까왔다.
그런데, 얼마전 어르신께서 약을 가져 가신지 며칠 안되었는데
불편해진 몸을 기대느라 보행기까지 이끌고 힘겹게 약국문을 두드리셨다.
얼른 출입문을 열어 드리고서 "어디 다른데 불편하세요?"
여쭈니 고개를 흔들며 "아니야, 그냥 죽기전에 얼굴 한번 볼려고"
뭔가 가슴속에 쿵 내려앉으며 "아니 무슨 말씀이세요?"
"내가 언제 또 이렇게 나와서 다닐수 있겠어.
그전에 인사도 하고 한번 봐야지, 이제 되었네"
예전 허허 웃으실때 그 미소를 한번 지어 주시고는 차로 다시 올라 가신다.
부축해 드리고 오는데 고맙기도 하고 마지막이라고 하시니 왠지 모르게 울컥하다.
그나마 몸을 움직일수 있을때 마지막 인사로 준비된 이별을 하고 싶으셨나 보다.
그후로 아직 이분은 연락이 없으시다..
하지만, 이 어르신은 그냥 그 마지막 미소로 기억하고 싶다.
그분도 그걸 원하시리라.
약국은 늘 예기치 못한 이별 소식을 맞닥뜨리는 곳이다.
꼬박꼬박 오시다가 갑자기 안오셔서 가족분께 안부를 물으니
벌써 가셨다고 하셔서 하루 종일 마음 한구석을 휑하게 만들었던 푸근한 미소의 할머니,
꼬마의 손에 생긴 물집이 자기 아빠한테 향불을 올리려다 그랬단 말에
나도 함께 눈시울이 붉어졌던 안타까운 사고의 동네 가게 아저씨.
아직도 난 약국 출입구에 새겨진 어르신의 마지막 미소가 가끔 떠오른다.
삶을 조용히 정리하며 마지막을 나누고 싶었던 사람중에 하나가 되는 일, 행복이라고 말하고
싶다. 다른 이에게 미소와 행복감을 안겨주고 이별을 준비하시는 어르신의 모습에서
지금 이순간은 더 소중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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