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적...

 

대학다니던 오빠가 연탄가스에 중독 되었던 적이 있었다.

 

구들을 잘못 놓아서 벌어진 사태였다.

 

엄동설한 한밤중에 축처진  오빠를 식구들이 마당으로 끌어내어

 

김치국물을 먹이고

 

누군가  약국으로 달려가  닫혀져 있던 약국문을 쾅쾅 두드려

 

급히 약을 구해왔다.

 

시장어귀에 있었던 약국은 그 당시 보통의 약국이 그랬던것처럼

 

뒤편에는 살림집이 붙어 있어 급한 경우에는 약국문이 닫혀있어도 약을 구할 수 있었다.

 

약사님은 연탄가스 해독제를  조제해주고 꼭 박카스를 함께 주었다.

 

아직 국민학교를 다니던 나는 그 박카스가 너무 먹고 싶어서

 

다 죽어가는 오빠 옆에서   철없이 침을 꼴깍거리며 엄청 부러워 하던 기억이 난다.

 

` 나도 언젠가는 꼭 연탄까스중독이 되어서  저 박카스를 한방울도 남김없이 다 먹을 수 있는 특혜를 누리리라`

 

빌고 또  빌었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나는 연탄가스 중독이 한번도 되지않고 어른이 되었다.

 

그리고 냉장고 안 그득히 박카스를 넣었놓고  원하면 백병이라도 박카스를 먹을 수 있는 약사가 되었다.

 

어린시절의 내가 보았으면 아마 엄청 엄청 부러운 선망의 대상이었음에 틀림없을것 같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약사라는  직업이 썩 마음에 안들었었다.

 

성적에 맞추어 학과를 선택한 탓에 약사는 원래 내가 바라던 직업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특히 그중에서도 개국 약사는...

 

몇평안되는 약국에서 식사도 편히 못하고

 

하루 12시간을 동네사람들과 부비대며 살아야하는 생활이 너무나 답답해 보였다.

 

역마살(?)을 잠재우고 우여곡절 끝에 개업한지 어언 8년째.

 

그동안 나를 믿고 우리 약국을 찾아주고 있는 고객과의 소통을 통해

 

약사로서의 소명의식과 책임감은  점점 나를 진정한 약사의 길로 인도하고 있다.

 

 얼마전 시골 초등학교의 선생님으로 계신 김용택시인이  라디오 프로그램에 나와서 한 말이 기억에 남는다.

 

`아이들이  나를 진정한 선생님으로 만들어 주었다.`

 

깊히 공감되는 말이었다.

 

바로 고객은 나를 진정한 약사로 만들어 주고있기 때문이었다

 

약사라는 직업은 뭔가 거창한 일은 아니지만  동네 주민들과의 친밀한  대화를 통해

 

건강한  생활로 그들을 인도해 줄 수 있는 좋은 직업이다. 

 

오늘도 귀찮은(?) 일 많은 작은 약국에서  박카스 한병 원샷하며 힘차게 하루 일을 시작해 본다.

 

그리고 나이가 들어서 은퇴를 할때

 

 `한바탕 멋지게 약사 노릇 잘하고 가노라`하고 말할 수 있게

 

후회없이 열심히 일하리라 다짐해 본다.

 

모든 개국 약사님들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