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7 약가제도란?

보건복지부는 복제약, 일명 제네릭 의약품의 가격을 새롭게 매기기 위해 3월 27일 약가제도 개편방안을 발표합니다. 목표는 문장만 놓고 보면 간단합니다. 제약회사가 '질 좋은' 제네릭을 만들도록 하는 것입니다. 동일제제-동일가격 원칙에서 더 좋은 제네릭 개발을 위해 투자하는 시간과 비용을 차등으로 보상해 주겠다는게 핵심입니다.

사실 실무협의체 초창기만 해도 모든 제네릭의 가격을 일괄적으로 인하하는 방안이 검토됐다고 합니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식약처의 제네릭 허가제도 개편방안과 연계해 조건을 주고 부합하지 않은 제네릭의 약가를 인하하는 방식을 도입하기로 했습니다. 약가차등제로 보이지만, 2012년 폐지된 계단형 약가인하의 부활이라고 볼 수도 있죠.

구체적으로 보면 제네릭 산정 가격인 오리지널의 53.55%를 받기 위해서는 정부가 요구하는 '자체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 실시'와 '등록된 원료의약품 사용(DMF)'이라는 기준 요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2개 기준 요건을 모두 충족하면 현재와 같이(제네릭 등재 전) 원조(오리지널) 의약품 가격의 53.55%로 가격이 산정됩니다. 식약처의 허가제도 개편과 맞물려 3~4년 이내 공동생동이 완전히 폐지되면 1번부터 20번까지 등재되는 제네릭의 약가는 53.55%로 굳혀집니다. 이전까지 1개 또는 미충족할 경우 기준 요건 충족 수준에 따라 53.55%을 기준으로 0.85씩 곱한 가격으로 산정됩니다. 약가가 15%씩 깎이는 것을 의미합니다.

허가 연계와 별도로 건강보험 등재 순서 21번째부터는 기준 요건 충족 여부와 상관없이 무조건 최저가의 85% 수준으로 약가가 산정됩니다. 21번째 제네릭은 20개 내 제품 최저가의 85%로 산정하고, 22번째 제네릭은 21번째 제네릭 가격의 85%가 됩니다.

언제부터

이번 제네릭 의약품 약가제도 개편방안은 관련 규정 개정(약제의 결정 및 조정기준, 보건복지부 고시)을 60일간 행정예고를 하고, 연내 시행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신규 제네릭은 규정 개정 일정 기간 경과 후 건강보험 급여를 신청하는 제품부터 개편안을 적용 받습니다. 다만 기존에 등재된 제네릭은 기준 요건 적용 준비에 소요되는 기간을 고려해 준비기간(3년) 부여 후 개편안을 적용합니다

기등재약 적용안

기존에 등재된 제네릭의 경우, 기준 요건 적용 준비에 소요되는 기간을 고려해 준비기간(3년) 부여 후 개편안을 적용합니다. 발사르탄으로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정부가 집계한 국내 발사르탄 80mg 함량 제제는 총 67품목입니다. 이들 품목은 3년 동안 약가 차등적용이 유예됩니다. 하지만, 3년 후 재평가시 자체생동과 DMF 등 기준 요건 충족여부에 따라 약가가 정해집니다. 중요한 점은 기등재약은 개편안을 적용하더라도 개수 제한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현재 발사르탄 고혈압약의 점유율을 보면, 먼저 등재된 55번째 약까지의 점유율이 75.7%를 차지합니다. 이들은 대부분 자체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을 실시했습니다. 여기에 원료의약품만 바꾸면 제도가 본격적으로 시행돼도 53.55%의 약가가 유지됩니다. 하지만, 바꿔 말하면 자체생동을 하지 않은 55번째 이후의 약은 약가를 현상 유지하려면 1~2억원 비용을 지불해 자체생동을 해야 합니다. 현재 판매 중인 위탁 제네릭에 대해 3년 후 약가인하 15%와 생동성시험 시행 중 어느 방안이 회사에 유리한지 판단해야 합니다.

신규 제네릭 약가는?

신규 제네릭은 규정 개정과 일정 기간 경과 후 건강보험 급여를 신청하는 제품부터 개편안이 적용됩니다. 자체생동과 원료의약품 등록(DMF)을 모두 충족해야만 현행 53.55% 상한가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1가지 요건이 충족되지 않을 때마다 상한가는 15%씩 내려갑니다. 2가지 요건 중 1개를 만족하면 45.52%, 만족요건이 없으면 38.69%로 상한가가 떨어집니다. 특정 성분 시장에 20개 이상 제네릭이 등재될 경우 신규 등재 품목의 상한가는 기존 최저가의 85%까지 받을 수 있는 계단형 약가제도가 적용됩니다.

식약처 허가제도
개편안과 연계방안은

지난 2월 식품의약품안전처도 제네릭 규제안을 발표했습니다. 2020년까지 공동(위탁)생동 허용 업체를 자사 생산(1곳)과 위탁사(3곳)를 묶어 4개사로 제한하고, 2023년 전면 금지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품질은 식약처가 책임지고, 난립 문제도 식약처가 어느 정도는 책임을 지는 구조입니다.

복지부는 품질을 유지하면서도 난립을 막을 수 있도록 약가제도와 연계하는 약가제도안을 만들었습니다. 식약처의 허가제도 유예기간을 합산하면 사실상 DMF는 요건이 아니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거기에 공동생동이 폐지되면 장기적으로(4년 후) 제네릭 약가는 53.55%로 맞춰집니다. 다만,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음에도 경과조치를 하지 않는 품목들은 차등적으로 저가 제네릭으로 남을 수 있습니다.

누가 이득이고 누가 손해일까?

약가제도 개편은 단순히 제약업계 만의 관심사가 아닙니다. 산업을 둘러싼 수많은 이해관계가 존재합니다. 영업대행업체(CSO, Contract Sales Organization)의 분위기를 보면 대략적인 짐작이 가능합니다. 개인사업자 CSO 관계자들은 제네릭 가격이 하락하면 마진율이 떨어질 것을 우려합니다. 반면 오리지널 품목, 개량신약, 복합제 등 자체 경쟁력을 갖춘 제품들을 취급하는 법인 CSO 관계자들은 제약산업계를 위해 이번 약가개편안이 순기능을 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습니다.

반면 증권가는 정부 제네릭 약가제도 개편안을 약가일괄인하 때와 비교하면 제약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당시 제네릭 상한가는 68%에서 53.55%로 21.3% 하락하면서 중소 제약사 실적에 악영향을 끼쳤습니다. 실제 2011년 중소제약사들 영업이익을 보더라도 1170억원(영업이익률 11.0%)에서 2012년 영업이익 996억원(영업이익률 9.4%)로 실적이 크게 악화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개편의 경우 2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하면 약가 변화가 없기에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분석입니다.

다만 위탁생동으로 허가받은 제네릭 비중이 높은 소형 업체의 경우 자체 생동에 따른 추가 비용이 발생하거나 약가가 인하될 수 있습니다. 2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시키지 못할 경우 제네릭 약가가 오리지널의 38.69%까지 하락하므로 소형 제약사들은 마케팅적으로 더욱 불리해질 것이라는 예측입니다. 군소 제약사들은 이번 약가차등화를 역이용해 마케팅 전략을 세울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