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소아과약국을 운영 중인 A약사는 최근 아이를 데려온 한 고객 항의에 당황했다. 약국 진열장 한칸을 가득 채운 어린이 비타민제가 문제였다.

엄마와 함께 약국에 온 아이가 장난감 비타민을 사달라고 조르면서 갈등을 빚었고, 그 원망이 투약하는 약사에게 돌아온 것.

약사에 따르면 이 고객은 "약국이 장난감 가게도 아니고 대체 왜 이런 것까지 판매하냐"며 볼멘 소리를 했고, 약사는 그런 고객에 별다른 대꾸를 하지 못했다.

소아과약국은 물론 일선 약국들까지 어린이 장난감이 부착된 비타민제를 판매하는 약국들이 늘면서 취급 약사는 물론 아이와 함께 약국을 찾는 고객들도 고민에 빠진 모습이다.

내용물보다 포장에 부착된 장난감이 더 큰 어린이 비타민 제품이 다양해지고, 약국의 취급 제품이 늘면서 약국에 온 어린이들이 부모와 갈등을 빚는 사례도 늘고 있다.

실제 부모들이 자주 이용하는 육아 커뮤니티에도 '약국에서 장난감을 판매한다'며 비판하는 글이 심심치 않게 게재되고 있다.

이들 중에는 약국이 장난감 비타민을 판매하는 것을 두고 "아픈 동심을 이용한 얄팍한 상술"이라며 비판도 제기한다. 아이가 비타민보다 부착된 장난감을 보고 사달라고 떼를쓰면 부모들은 억지로라도 제품을 구입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부모들이 느끼는 경제적 부담도 만만치 않다. 이전에는 2000~3000원하던 어린이 비타민제가 요즘은 장난감 종류가 다양해지고 진화되면서 5000원에서 최대 1만원 이상까지 가격이 상승했다.

일부 시민은 지역 보건소에 장난감 비타민을 과도하게 판매 중인 약국에 대한 민원을 제기하는 형편이다.

한 네티즌은 "자녀가 졸라 산 장난감 비타민이 약국에서 지불한 약값의 3배 이상이었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며 "정작 그 비타민은 설탕에 가까운 걸로 알고 있는데, 약국에서 꼭 이런 제품들을 판매해 부모들을 곤란하게 해야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장난감 비타민제를 취급하는 약사들도 진열장 한켠을 채운 제품들을 바라보는 심정이 편치만은 않다.

일부 어린이 비타민제 성분 문제가 제기돼 제품에 대한 신뢰도 높지 않을 뿐만 아니라 요즘은 비타민보다 부착된 장난감이 더 크다보니 외관상으로도 약국과는 맞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영적 측면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 인근 약국들은 모두 판매하는데 제품을 치우기는 쉽지 않고, 소아과약국은 최근 장난감 비타민 매출이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 됐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소아과약국 약사는 "사실 약국에서 엄마랑 아이가 장난감 비타민제를 두고 옥신각신하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편치 않다"면서 "제품들이 점점 장난감이 주가 되고 그만큼 가격대도 올라가면서 제품을 진열해 놓으면서 양심에 찔리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의 한 약사도 "사실 장난감 비타민은 물론 약국에 진열한 대형 장난감들도 치우고 싶은 마음은 굴뚝이지만 옆 경쟁 약국들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대기 시간에 아이들의 관심을 끌만한 대상이 필요한데 그런 면에서 제품을 활용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