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한 의원급 의료기관에 조작된 리베이트 현지조사 공문이 발송돼 사기 주의보가 내려진 지 하루 새, 위조된 공문을 받은 의료기관이 20여 곳 추가로 발견됐다.

이 조작된 문서는 부산뿐만 아닌 경상남도 김해 등지에서도 나타나, 심사평가원은 발송지인 해당 지역 우체국에 협조를 요청해 기록을 수집하고 있다. 현재까지는 특정 지역에서만 발견됐기 때문에 여러 경우의 수를 타진해 조만간 수사당국에 자료를 제공할 예정이다.

5일 심평원에 따르면 부산 연제구 연산동 지역 우체국에서 한 의원으로 등기발송 된 위조 공문 사건 경위를 자체 조사하는 과정에서 김해 등 경남과 부산 지역 의료기관 20여 곳에서 똑같은 공문을 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문서는 같은 수법으로 조작됐다. 특정 제약사를 언급하며 '의약품을 과다처방한 것이 심평원에 신고 접수돼 데이터와 자료 대조 작업 중이며, 의견 진술 시 참조하라'는 내용이다.

조작된 문서상 주소와 연락처는 심평원 부산지원으로 기재돼 있지만 주관 부서는 서울 서초동 본원, 담당자 또한 본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직원이었다. 의료 현장에서는 제대로 알 수 없어 속아 넘어갈 수 밖에 없다.

심평원에 최초로 신고된 사기 공문서를 받았던 의원은 내용이 허술하고 담당 부서도 다르다는 점을 눈치채고 즉시 부산지원에 신고했다.

그러나 이를 모르는 나머지 의료기관들은 부산지원에 연락해 문서에 기재된 담당자(본원에서 근무)를 찾는 데 그쳐, 심평원에서 파악하는 데 하루 가량 더 소요됐다.

"심평원을 아는 자 추정…악감정 가진 자일 수도"

관련 의료기관 수가 늘어나고 지역 범위가 경상도 지역으로 확산되면서, 심평원은 수사의뢰 사전 작업 차원에서 발송지를 추적해 자체 조사를 벌이고 있다.

단서는 크게 두가지다.

먼저 조작된 공문서의 포맷이 실제 심평원 공문서와 흡사하고 서체와 로고, CI도 현재 사용하고 있는 것과 일치하다는 점, 리베이트 현지조사 담당부서와 담당자를 전혀 다르게 게재했다는 점 등으로 미뤄 심평원을 대략적으로 알고 있는 사람의 소행으로 추정된다.

또 일부 지역에만 나타나고 특정 제약사를 명확하게 언급하고 있다는 점도 단서를 제공해준다.

스미싱과 같은 단순 사기 유형이 아닌, 해당 의료기관에 악감정을 갖고 있거나 특정 제약사가 경쟁 업체를 견제하기 위해 문서를 조작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심평원도 이 같은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의뢰 전 사전 조사를 벌이고 있다.

심평원 관계자는 "모든 경우의 수를 갖고 지역 우체국에 협조를 요청해 정보를 수집 중"이라며 "창립이래 초유의 공문서 조작 사건인 데다가, 사기를 시도했기 때문에 곧 수사당국에 정보를 모두 제출해 범인을 밝혀낼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