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담배값 인상이 국민 흡연율 하락에 기여할 지는 미지수지만 금연상품의 매출 향상에는 톡톡히 기여하는 모양새다.

8일 약국가에 따르면 담배값 인상 계획이 알려진 지난해 말 이후 금연패치, 금연초, 니코틴껌 등 금연제품 판매량이 크게 늘었다. 특히 가격인상이 가시화된 올해 들어 그 수요가 확연히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의 J약사는 "금연 상품 문의도 많이 늘었거니와 실제 금연패치와 니코틴껌 판매량이 크게 늘었다"며 "예전 대비 5배 이상의 물량이 판매되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의 P약사 역시 "전에는 1개 꼴로 나가던 금연패치가 지금은 10개 꼴로 판매되고 니코틴껌도 심심치 않게 나간다"며 "금연상품 판매량은 전통적으로 연초에 반짝 늘어나는데, 이번에는 담뱃값 인상과 연초라는 시기가 맞물려 눈에 띄게 판매량이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산의 K약사는 금연상품의 매출이 엄청나게 증가했다고 말했다. 그는 "금연 문의와 함께 관련 제품 매출도 크게 늘었다"며 "지난해 12월부터 최근까지 패치 42통, 껌 17통, 파이프 등 보조도구 38개가 판매돼, 정부의 담뱃값 정책 발표 이전 대비 2.5배 정도 많이 판매됐다"고 분석했다.

약국의 이같은 체감 판매량은 공급사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노인과 장년층의 전유물로 일컬어지는 은단이 금연 보조제로 각광받으면서 판매량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고려은단 관계자는 "최근 모 마트가 '금연 상품'으로 은단 여러개를 묶어 기획상품을 내놓자 단시간 내에 다 판매되고 추가 주문이 밀려있다"며 "약국 뿐만 아니라 마트와 편의점의 은단 주문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은박을 생산하는 공장을 24시간 풀가동하는데도 주문량을 다 채우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담뱃값 인상이 거론되기 시작한 지난 10월 이후 은단 상품 주문량이 늘기 시작해 올해 들어 주문량이 크게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이 추세라면 이번달 매출이 전달 대비 3배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또 다른 수혜자는 '금연약'이라 불리는 화이자의 금연보조제 '챔픽스'다. 현재 수도권 약국들은 어떤 도매업체를 통해서도 챔픽스를 주문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의 H약사는 "도매업체는 물론 온라인몰에서도 챔픽스를 구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보험등재를 앞두고 물량을 조절하는 제조사와 약을 구하려는 흡연자들의 상황이 맞물려 재고가 바닥이 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 정책에 따라 금연을 시도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은 분명하지만 약국의 직접적인 매출로 이어질 지는 알 수 없다"며 "이번 상황을 금연상담 등을 통해 약국이 건강상담의 입지를 굳히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