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 아랍식 의학에서 약학의 분리 개념은 시실리에 가장 먼저 도입됐다. 이 개념은 1231년 시실리의 왕이자 독일황제인 프레드릭 2세의 칙령을 통해 공식적으로 확인이 된다. 프레드릭은 시실리에서 발전적인 몇 해를 보냈다. 그는 매우 지적인 인물로 독일어, 프랑스어, 이태리어, 라틴어, 그리스어, 아랍어를 유창하게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는 철학에서 의학까지 많은 주제에 대한 풍부한 지식도 가지고 있었다.

프레드릭은 십자군에서도 중요한 인물이 되었다. 비록 그는 교황으로부터 파문을 당하기는 하였지만 성지로 출발하여 1228년 예루살렘에 도착하였다. 그리고 신중한 외교를 통해 그는 기독교도들에게 예루살렘을 되찾아 주었다. 아직도 승리의 함성이 그의 귀에 맴돌고 있었지만 그는 임무가 끝나자 바로 다시 팔레르모의 궁전으로 돌아왔다. 그는 의사들과 아포테카리 간에 책임을 분명히 규정한 칙령을 발표하였고 그들의 전문적인 직종에 대한 규제도 제정하였다.

팔레르모 칙령의 주요 특징은 의학과 약학을 이를 위해 요구되는 전문적인 특별한 기술과 책임성으로 나누었다는 것이다. 의사와 아포테카리가 서로 타 영역에 침범하지 못하도록 하였으며, 법으로 병을 영리적으로 이용하려는 것을 금지시켰으며, 약국에 대해 정부가 감독을 하게 하였다. 약 목록에 약의 사용 용도를 정해주었고, 정부가 가격이나 점포의 수를 제한하려고 시도하였다. 마지막으로 약종상(콘펙티오나리)과 아포데카리(스타티오나리)는 약재들을 보관할 수 있으나 1년 이상을 보관 할 수는 없게(유효기간 1년) 했다.

이 칙령은 처음에는 시실리와 남부 이태리에만 적용되었다. 하지만 약의 조제로부터 병의 진단과 치료를 분리하는 개념은 곧 전 유럽으로 퍼져나갔고 프레드릭의 규정은 여러 곳에서 비슷한 법제화의 기초를 제공하였다. 그 예로 1271년 스위스의 바젤에서 아포테카리 서약이 만들어졌는데 여기에 의사와 아포테카리의 관계를 규정하고 있었다. 그 내용 중에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는 바젤에서 아포테카리의 사업을 할 수 없으며 향후 아포테카리가 될 수도 없다'는 규정이 있었다. 독일에서는 1632년 약사들이 협회를 설립하면서 이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이런 분리개념은 영국이나 아일랜드에는 그로부터 수세기 후에 까지도 도입되지 못하였다.

영국의 상황

노르만 정복시대인 1066년 당시 영국의 인구는 매우 희박했다. 특히 북부는 더 심했고 영국 전체 인구가 125만 명에 못 미쳤다. 440년 북해를 가로질러 북부유럽의 앵글로 색슨족의 첫 번째 침입 이후 곧 로마는 영국에서 떠나게 되었다. 그들의 문명으로 세운 괄목할 만한 유물들을 뒤로 하고 로마인들이 떠났는데 그들의 개입기간 동안 약학에 관한 내용은 거의 알려진 것이 없다.

하지만 성 엘드헬름, 성 보니페이스, 성 오거스틴 등 수도승들이 그들의 대수도원에 도서관을 지어 수도승들이 히포크라테스나 갈렌, 디오스코리데스의 업적들을 사용할 수 있게 했다. 앵글로색슨 수도승이었던 비드(673~735년)는 ‘데 나투라 레룸(De natura rerum, 사물의 본질에 관하여)’라는 제목으로 의약품 전문서적을 집필하였다.

웨섹스에서 바이킹인 데인족을 물리친 알프레드왕(849~899년)은 정부조직을 만들고 학문을 증진시켰다. 그 중요한 결과물의 하나가 900~950년 사이에 쓰여진 ‘대머리의 거머리책(Leech Book of Bald)‘이다. 이 책은 많은 동식물 약재를 포괄하는 특히 토종약재를 포함한 치료제 처방 개요서이다. 하지만 앵글로색슨의 침략으로부터 노르만정복까지 6세기 동안 영국에서 의약학은 거의 발전이 되지 않았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이다.

길드

침략자 노르만족은 영국에 봉건제도로 알려진 법과 질서체계를 가져다주었고 상인들은 스스로 상인조합, 동업자조합을 만들었다. 그 당시 영국에서의 약국은 주로 소매활동을 했는데 1180년에 세워진 향신료업자 길드와 1184년 향료업자 길드에서 그들의 멤버로 의약품거래자들을 받아들였다. 약국에는 많은 토종 외래종 허브약들이 진열되어 있었고 주로 이런 허브들이 거래되었다. 많은 약들이 치료효과를 발휘했는데 이런 약들 중에 119개 정도가 여전히 현재 사용되고 있으며, 이 중 74%는 현재도 그 당시 용도와 똑같이 사용하고 있다.

두 번째 밀레니엄의 영국에서는 약국들이 생겨나고 발전하면서 이러한 약들에 대한 이해와 의약품의 질도 꾸준히 발전하였다. 노르만 정복 전 앵글로색슨 시기에 길드도 만들어졌다. 초기 길드들은 주로 축제를 위한 “프리스 길드‘들이었는데 나중에는 종교적 의미와 거래목적도 갖추게 되었다. 이들 길드는 924년에서 939년까지 재위했던 ’애덜스턴대왕의 날‘에 그 기원을 두고 있다.

프리스 길드는 '기사들' 길드에 의해 승계되었는데 그들은 주로 왕을 위한 거래를 수행했다. 이런 길드 중에 두 개가 캔더베리와 도버에 만들어졌는데 그 곳의 토지대장에 왕으로부터 가게 두 개를 임대한 기록이 나오는데, 둘 다 에디드 여왕에게 빌린 것이고 그밖에 자치도시 의원이나 은행가의 가게나 집도 포함되어 있었다.

노르만정복 뒤 많은 다른 도시들이 '상인 길드'를 만들었는데 그들의 첫 번째 목표는 멤버들의 이익을 위한 것이고 동시에 그들의 이익에서 외부인들을 배제시키는 것이었다. 다른 도시와 마찬가지로 양모 거래로 부유했던 도시인 레스터에서 양모도매업자나 양모세척업자는 레스터길드에 가입되어 있지 않는 한 모든 업자들이 배제되었다.

게다가 레스터 길드 가입자만이 길드에 가입하지 않은 사람들로부터 양모를 사들일 수 있었다. 이렇게 상인길드의 힘은 매우 막강했다. 도시들은 주말시장 때마다 매우 붐볐으며 도시 주변지역에서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이 장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데 이 장들을 통해 중세 영국에서 장거리 거래가 이루어지게 된 것이다.

장인들의 등록, 1363년

우리는 한 도시에 모든 상인들을 대상으로 하나의 상인 길드만이 있는 상황에서 개별 길드들이 자기들 길드 내에서만 거래하게된 것은 정확히 알지 못한다. 처음에는 도시마다 겨우 두 세 개의 다른 길드만이 있었지만 1363년 에드워드 3세는 주인이든 견습생이든 모든 상인들은 길드에 가입하도록 칙령을 발표했다. 이는 필립과 메리(1153~1158년)의 재위기간 동안 다시 강화되어 소유주가 그 도시나 자치구, 장이서는 지역의 길드 멤버가 아니면 어떤 잡화, 방물이나 농산물, 옷, 직물도 판매될 수 없었다. 하지만 장은 여기에서 예외였다.

이 규정에는 몇 가지 중요한 예외가 있었다. 첫 번째는 영국전역에 넓게 퍼져있는 랭카스터공국에 속하거나 살고 있다고 등록된 사람이다. 이런 사람들은 조지 4세 때(1760~1820년)까지는 그들의 상품에 대해서는 모든 차단에 대해 면제를 요구할 수 있었다. 또 다른 예외는 한자동맹의 외국인과 이미 북부독일뿐만 아니라 스칸디나비아, 발틱 지역과의 거래에 대해 통제를 받고 있던 상인들에 대한 것이었다. 그들은 그리 평판이 좋지는 않았는데 독일에서 영국 상인들은 그리 인정을 받지 못하였기 때문이었다.

중세 말기에 상인들은 매우 부유해져 거대한 토지소유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였다. 이런 과정을 통해 왕에게 돈을 빌려줄 수 있을 정도로 부를 축적하기도 하였다. 런던은 영국에서 가장 큰 도시로 1430년경에는 100개 이상의 길드가 있었다. 길드들은 점차적으로 합병을 통해 15세기에는 12개의 대규모 길드 - 직물상, 식료잡화상, 의류소매상, 수산유통, 금세공업자, 가죽가공업자, 도매재단사, 방물잡화상, 포도주양조업자, 의류제조업자 등 - 로 자리 잡았다. 이 모든 길드들은 현재까지 존재한다. 이 대규모 길드간의 주도권 싸움은 1515년 의회법(엘더만법)에 따라 해결될 때까지 계속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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