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네번째 마당| 의약품 성분명의 비밀

상품명이나 성분명을 보고 단번에 무슨약인지 알아맞출 수 있으세요?

물론 의약 전문가님들이야 오랜 내공이 있으니 접어두더라도, 일반인분들은 쉽지 않으실 거에요.

신문방송학을 전공한 저도 처음 이 바닥에 들어왔을 때 약 이름 외우는 게 제일 힘들었답니다. 지금도 역시 헛갈리고요.

평소 의사선생님이나 약사선생님이 권하는대로 약을 구입하다보니 상품명과 성분명으로는 구분하기 힘들실거에요. 잘 알려진 브랜드약은 예외지만요.

하지만 성분명에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어떤 효능의 약인지 분간하실 수 있습니다. 성분명은 모든 사람들이 의약품의 특징을 알 수 있도록 보편적이고 공통적으로 지었기 때문이죠.

WHO는 1953년 국제일반명(성분명) 체계를 마련해 사용하고 있습니다. 또 일부 선진국들은 의약품 원료에 대한 별도 명명 체계를 가지고 있는데, 가급적 국제일반명과 조화해 사용하고 있습니다.

성분명을 짓는 원칙은 항구성이 있고, 되도록 짧으며, 다른 의약품과 발음상 또는 철자에 있어 혼동되지 않고,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명칭이어야 합니다.

그래서 비슷한 약물들끼리는 공통적인 '어간'이 사용됩니다. 최근 데일리팜 기사에 자주 인용됐던 약물들을 한번 볼까요?

최근 고혈압 복합제가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하죠. 최근 동일성분 제네릭이 나온 '엑스포지(노바티스)'라는 제품은 '발사르탄'과 '암로디핀'의 성분이 결합됐는데요.

발사르탄에서 사르탄(sartan)을 기억하세요. 사르탄은 혈압강하 효과를 나타내는 안지오텐신 Ⅱ 수용체길항제의 일반명입니다. 발사르탄말고도 칸데사르탄(브랜드명 아타칸), 텔미사르탄(브랜드명 미카르디스), 올메사르탄(브랜드명 올메텍) 등이 있어요.

또 암로디핀에서 디핀(dipine)은 역시 혈압강하 효과가 있는 칼슘길항제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니페디핀(브랜드명 아달라트오로스), 니카르디핀, 펠로디핀 등이 있습니다.

발기부전치료제에도 공통적인 어간이 사용됩니다. 발기부전치료제의 대명사 '비아그라'의 성분명은 '실데나필'인데요. 이 중 아필(~afil)이 다른 발기부전치료제 성분명에도 쓰입니다.

예컨대 엠빅스(SK케미칼)는 '미로데나필', 시알리스(릴리)가 '타다라필', 자이데나(동아에스티)는 '유데나필'입니다. 뒤에 아필만 알면 나중에 약의 성분명을 보고 '아! 발기부전치료제구나' 알수 있겠죠.

이밖에도 고지혈증치료제에서는 '스타틴(statin)'이, 진통제에는 아돌(adol) 등이 성분명 끝에 붙어 의약품을 쉽게 분류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식약처는 이처럼 의약품을 알기 쉬운 이름으로 기억하도록 '의약품 명명법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최근 나온 가이드라인은 2010년 개정판입니다. 식약처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으니 참고하세요.

자! 이제 자신감이 생기나요. 모르고 먹는 약보다 알고 먹는 약이 훨씬 낫겠죠. 다음에 약을 구매할 때는 꼭 성분명을 살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