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거북-건강과 장수의 상징

거북은 우리에게 참 익숙한 동물입니다. 집에서 애완동물로 거북을 키우는 사람들도 많고 수족관에 가도 동물원에 가도 쉽게 볼 수 있는 동물 중에 하나가 바로 거북입니다.

이렇듯 거북은 예로부터 용(龍), 기린(麒麟), 봉황(鳳凰)과 더불어 사영수(四靈獸)의 하나로 꼽혔습니다.

사영수(四靈獸) 중에 유일하게 현실에 존재하는 동물입니다.

거북이 생명이 길다는 사실은 알고 계신가요?

거북은 수 십 년에서 100년 이상 사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래서 고대부터 거북은 건강과 장수의 상징이었습니다. 현재도 거북은 같은 의미로 통하고 있습니다.

고대(古代) 중국에서는 특별한 일이 벌어지면 거북 껍데기를 태워서 생긴 갈라진 금을 이용하여 길흉화복(吉凶禍福)을 하늘에 물어보는 거북점을 쳤습니다.

고구려와 가락국의 건국신화에도 거북이 등장합니다.

백제 의자왕 때에는 거북이 나타나 백제의 멸망을 예언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사실들은 고대인들이 거북을 신(神)과 인간을 이어주는 영물(靈物)로 여겼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선조들은 민화 속에서 거북을 어떻게 표현했을까요?

우리 선조들은 거북이 3000년을 산다는 믿음 때문에 장수의 상징으로 여겼습니다.

민화 속에서는 십장생도(十長生圖)에 그려지며, 장수하는 사람을 경하하고 만수무강하기를 기원할 때 '귀령학수(龜齡鶴壽)' 라는 글귀를 써서 보내기도 했습니다.

또한 거북은 벼루의 뚜껑, 연적, 문진, 주춧돌, 대문빗장, 와당, 우물, 점통, 화약통, 술장군, 표주박, 물병, 자물쇠, 도장의 손잡이, 비석이나 기념탑의 받침 등에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또 거북은 벽화(壁畵)나 석상(石像), 민화(民畵) 속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고구려벽화 속에 나오는 상상 속의 거북 현무(玄武)는 거북과 뱀이 서로 뒤엉켜 웅혼한 기상을 뽐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조선시대 화조도(花鳥圖) 속의 거북은 연꽃을 배경으로 물고기와 노닐고 있습니다.

민화 속에서 거북은 주로 거북의 입에서 상서로운 기운을 내뽑고 있는 모습으로 그려지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용두와 같은 벽사귀면상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장수의 상징과 더불어 물과 뭍을 마음대로 넘나들어 사람들의 근심을 없애주고, 수륙양생(水陸兩生)의 특성 때문에 신과 인간을 이어주는 신령하고 영험한 동물로 여겨져 왔습니다.

거북은 동서남북 사방신의 하나인 현무(玄武, 거북이와 뱀이 합쳐진 것)로서 북방을 수호하는 방위신으로 신앙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무덤을 지키는 현무의 조형물은 고구려 시대에는 유행을 했지만, 점차 시간이 흘러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에 이르면서 남아 있는 자료는 흔치 않게 되었습니다.

조선시대 현무는 왕실의 의궤를 통해서 살펴 볼 수 있습니다.

조선시대에는 왕실의 국장(國葬)을 치를 때 왕이나 왕비의 관이 산릉(山陵)에 도착하면 이곳에서 사신도를 그렸고, 관을 묻고 난 뒤 불태워졌기 때문에 국장 당시 그려진 사신도는 당시를 기록한 의궤를 통해서만 전해집니다.

이렇게 형성된 현무는 강한 영향력으로 조선시대 말기까지 신구라는 신령스러운 거북으로 나타나는데 현무라는 상상의 동물이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우리 선조들의 꿈과 낭만이 깃들어 있는 것 이라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