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사고로 뇌출혈 환자를 사망하게 한 병원에 5000여만원을 배상하라는 결정이 나왔다.

한국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위원장 정병하, 이하 '위원회')는 22일 경미한 뇌출혈로 입원한 환자에게 혈종 제거를 위한 배액관을 잘못 삽입해 사망에 이르게 한 병원 측이 유족들에게 5240만원을 지급하도록 지난달 조정결정했다고 밝혔다.

위원회에 따르면 윤모(남, 당시 75세)씨는 지난해 10월 뇌출혈로 이 병원에 내원해 만성 경막하혈종 진단을 받고 혈종제거술(배액관삽입술)을 받았다.

그러나 수술 직후부터 고혈압이 나타나 의식을 잃었고 뇌 CT 검사를 다시 시행한 결과 뇌실내 출혈이 확인된 뒤 다음날 사망했다.

이에 대해 병원 측은 고혈압으로 인해 뇌혈관이 터져 발생한 자발성 고혈압성 뇌출혈이라고 주장하면서 책임이 없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위원회는 혈종을 제거할 목적으로 뇌 조직 밖에 삽입한 배액관이 뇌 조직을 뚫고 뇌 안 깊은 곳까지 들어가 뇌출혈을 발생시켰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배액관을 잘못 삽입한 의사의 과실이 사망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결론냈다.

또한 병원 측이 혈종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새롭게 뇌출혈을 발생시킨데다 이를 알지 못한 채 4시간 가량 방치해 환자의 상태를 악화시킨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위원회는 다만 환자의 기왕병력과 나이, 수술 위험성 등을 고려해 병원 측의 책임범위를 80%로 제한했다.

위원회는 "의료분쟁은 의료 행위의 특수성으로 인해 의사의 과실을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면서 "이번 조정결정은 분쟁조정위원회 심의과정에서 손해배상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는 의료상의 과실을 밝혀내고 병원 측에 합리적인 보상안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