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파스도 일반 마트나 편의점에서까지 판매하는 시대잖아요. 마트나 인터넷 가격경쟁에 밀려 약국이 차별화 할 수 있는 방법은 오로지 약사들에게 달려있다는 것을 생각해야 할 때입니다."

"케토톱을 사러 온 할머니에게 시범삼아 약국 한켠에서 직접 테이핑을 해 드렸죠. 그 뒤로 일주일에 한번씩 약국에 찾아오시더니 점점 어르신 환자들이 늘기 시작하더라고요."

토요일 저녁 6시. 약국, 병원 근무를 마친 약사 20여명이 강남구약사회 강의실에 모였다. 굵은 장맛비가 쏟아지는 날씨에도 부산에서 올라온 약사부터 병원에서 근무를 마치고 부랴부랴 찾아온 약사까지 모인 약사들의 면면도 다양하다.

약사 인터넷 까페 모임 약준모를 통해 비정기적으로 약사들이 모여 주제를 정해 강좌도 듣고 자신들이 약국에서 겪었던 경험담을 풀어놓는 자리를 마련하고 있지만 오늘의 강의는 조금 특별하다.

이번 강의는 단순히 듣는 강의를 넘어 약사들이 약국에서 활용할 수 있는 근육보호용 키네시오테이프를 직접 실습해 보는 자리로 마련된 것.

이번 강의의 주제인 키네시오테이프는 일본에서 개발됐고 국내에는 10여년 전 들어온 후 운동선수들에게 인기를 끌면서 일부 약국들을 중심으로 높은 판매율을 올렸던 제품이다.

실제 1993년도에는 청년약사회 약사들이 직접 일본으로 건너가 테이핑 방법을 직접 배워와 국내 약사들에게 소개하면서 약사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기도 했지만 점차 약사들의 관심 밖으로 벗어났었다.

강사로 나선 이준 약사는 "당시 관심있는 약사들이 주말마다 여관에 모여 직접 실습을 하며 테이핑 방법을 익혔다"며 "약사들이 직접 실습을 하다보니 고객들에게 판매할 때 설명하기도 쉽고 직접 붙여주면 환자들의 반응도 좋아 약국 매출에 큰 도움이 됐었다"고 소개했다.

이 약사는 "그 때에는 약국에서 판매율이 높아지다 보니 정형외과나 한의원 등살에 밀려 포기했던 부분도 없지 않았다"며 "약 슈퍼판매로 약까지 나가는 상황에 약국은 어떤 제품들을 더 약국의 것으로 만들고 차별화할 수 있을 지를 고민해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약사들은 동료 약사에게 테이핑을 하기도 하고 자신이 직접 환자가 되보기도 하면서 활용 방법과 감각을 익히는 시간을 가졌다.

약사들은 그동안 몰랐던 분야에 대해 약국에서 직접 활용해 환자들의 관심도 유도하고 매출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만족한다는 분위기였다.

분당에서 근무약사로 일하는 이유정 약사는 "약국은 현재 조제나 매약으로는 다른 약국들과 차별화하기 쉽지 않고 의약외품은 인터넷이나 마트 등과의 가격경쟁에 밀려 힘든 상황을 겪고 있다"며 "이럴 때일수록 약사들이 다른 약국, 다른 유통경로들과 차별화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공부해야 할 때라고 생각해 강의에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강의에 참석한 다른 약사 역시 "이 제품에 대해 평소에 잘 알지 못해 약국에서 판매하지 못했었는데 오늘 직접 체험을 하다 보니 환자들에게 설명도 더 쉬워질 것 같고 직접 테이핑을 해드릴 수도 있어 판매가 더 용이해 질 것 같다"고 말했다.

이준 약사는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 속에 약국을 찾는 고객들은 새로운 것을 추구하고 또 요구하고 있다"며 "약사들이 여러분야에 관심을 갖다보면 환자들에게 약국에 대한 신뢰도도 높이고 매출도 다각화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