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종일 약국 일상에 지친 몸과 마음을 견지낚시 한 번으로 날려 버리세요."

보통 바다낚시, 민물낚시, 올림·내림·중층 낚시, 찌낚시 등은 매니아 층도 많고 유명하지만 견지낚시는 생소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해마다 요즘 철이 되면 대전 김응일 약사(62·태평로약국)는 깻묵과 낚시바늘 하나를 들고 친구 약사들과 강으로 향한다.

김 약사가 향하는 곳은 바로 견지낚시터. 낚시터라고 해도 그저 흐르는 강물이 전부다.

견지낚시는 흐르는 물에 들어가 하류방향으로 서서 깻묵과 낚시바늘을 물살에 따라 흘려서 하는 것으로, 다른 것들과 달리 사람들과 대화를 하며 즐길 수 있는 우리나라 토종 낚시방법이라 할 수 있다.

별도로 낚싯대가 필요 없는 견지낚시는 잡을 수 있는 어종에 제한이 없다. 깊지 않고 흐르는 물에서 잡다보니 누치가 주류를 이루고 황어, 잉어, 갈겨니, 모래무지 등이 가리지 않고 잡힌다.

잡히는 고기도 상상 이상으로 크다. 견지낚시 매니아들은 물고기 크기가 20~30Cm이면 '돌돌이', 30~40Cm이면 '적비', 40~50Cm이면 '대적비', 50~60Cm이면 '멍짜(멍치)', 60Cm 이상이면 '대멍짜'로 부른다.

최근 60Cm 이상의 '대멍짜'를 잡은 김 약사는 당시의 '손맛'에 대해 날아갈 듯 짜릿함을 느꼈다고 전한다.

날 좋은 주말에 견지낚시를 즐기기도 어느덧 10년 차에 접어들었다는 김 약사는 "별도의 거창한 장비가 필요 없어 큰 돈 들이지 않고 어디든 물살이 있는 곳에 들어가 다양한 종류의 물고기를 즐겁게 잡을 수 있는 견낚낙시야 말로 요즘 약사들이 즐길 수 있는 최적의 취미"라고 자랑한다.

견지낚시가 약사에게 적합한 취미인 또 다른 이유는 약사의 업무가 약국이라는 밀폐된 장소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이웃들과의 교류가 적고 그만큼 공간적 스트레스가 심하기 때문이다.

뜻 맞는 친구약사들과 견지낚시를 즐기는 김 약사는 2004년부터 해마다 약사들을 모아 견지낚시 체험행사를 마련하고 있다고.

견지낚시의 또 다른 매력은 우리나라 구석구석 강과 산을 타고 철 따라 변하는 경치를 마음껏 즐길 수 있다는 것. 심야 한적한 강가에서 외롭게 즐기는 여느 낚시와 대조적이다.

김 약사는 약국에서만 갖혀 있다가 내 나라 구석구석을 적시고, 흐르는 강을 보고, 그 강물에 몸을 담그고 고기도 잡으면서 경치도 즐기니 신선이 따로 없다고 예찬한다.

"견지는 고향이자 생활이고 형식에 얽매이지 않은 자유로움이예요. 약국의 찌든 일상 훌훌 털어버리고 낚시의 매력에 푹 빠져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