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정 다이어트약 처방에 감기약은 기본이고, 당뇨약, 우울증약, 이뇨제, 변비약, 고혈압약에 간질약까지…."

MBC 불만제로가 다이어트를 미끼로 식약청 권고를 무시한 채 향정약과 각종 질환제제를 섞어 폭탄처방을 일삼는 병의원과 이를 부추기는 제약업체들의 영업행태를 집중고발 했다.

불만제로는 지난 11일 ‘소비자가 기가막혀-다이어트 약의 비밀’이라는 제목으로 한 약사의 공익제보를 통해 무분별한 향정 처방 및 영업실태와 당국의 안일한 대응을 낱낱이 파헤쳤다.

먼저 BMI(비만도) 지수 20, 26, 24, 31인 취재진이 각각 병의원 26곳을 무작위 방문, 향정 다이어트 처방을 받은 결과 무려 16곳에서 이들 약을 처방받았다.

향정 다이어트 약들은 BMI 지수 30이 넘는 고도비만 환자에게만 처방하도록 식약청에서 권고하고, 이 또한 최소 4주, 최대 3개월 복용으로 제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병의원들은 이를 모두 무시한 채 처방을 남발하고 있었다.

그 뿐만 아니었다. 두 개의 향정 다이어트약을 중복 처방하거나 감기약, 당뇨약, 우울증약, 이뇨제, 변비약, 고혈압약에 간질약까지 근거 없이 병용, 무차별적으로 폭탄 처방을 일삼고 있었다.

불만제로 팀은 직접 받은 처방전을 서울대약대 오정미 교수와 영남대약대 유봉규 교수에게 감수를 의뢰했다.

그 결과 처방전에는 향정 다이어트 중복처방 외에도 에페드린 성분의 감기약과 이뇨제, 변비약 등이 병용돼 있어 의약품의 부작용을 이용하는 처방 행태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이에 대해 공익제보를 한 약사는 “의사들이 제약업체 담당자들이 ‘이렇게 해서 쓰면된다’며 일방적으로 제공하는 정보에 의존해 처방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불만제로 팀이 만난 향정 다이어트약 영업 담당자는 “부작용으로 식욕억제가 나와있는 우울증약과 간질약 등을 병용처방 시 효과가 크다”고 밝혔다.

이 담당자는 “병의원 이미지가 있어서 처방을 강하게 할 때는 이뇨제도 함께 처방한다”며 “이뇨제는 몸 안의 물이 다 밖으로 빠져나가기 때문에 살이 빠진다”고 말했다.

이 같이 처방을 받았다가 피해를 본 환자들은 불면증, 조울증, 경련, 갈증, 헛구역질 등의 부작용에 시달리고 있었다.

이 같은 심각한 처방 실태에 대해 당국의 반응은 한 마디로 나몰라라식이다.

우리나라는 펜티메트라진 사용량 세계 2위, 펜터민 사용량 세계 3위로 병용처방을 규제하고 처방일 수와 용량을 철저히 제한하는 브라질이나 처방한 의사와 조제한 약사들을 철저히 추적하고 있는 미국과 달리 단지 권고 사항에 그치고 있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이에 대해 식약청 관계자는 “복지부 소관”이라며 책임을 떠넘기고 복지부 관계자 또한 “그런 구체적 사례 같은 것을 우리가 다 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한편 불만제로는 현재 홈페이지를 통해 다이어트 약으로 인해 생긴 부작용에 대한 제보를 지속적으로 받고 있어 차후 연속 고발을 암시하고 있다.